[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몸이 보내는 사인 훔쳐보기
국민일보 | 입력 2010.01.21 11:45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야구는 사인으로 이뤄지는 운동이다. 타자에게 내리는 감독의 사인, 주자의 도루 사인, 투수에게 보내는 포수의 사인, 주자를 잡아내기 위한 내야수들의 견제 사인 등 많은 사인들이 있다.
아마 야구 말고 이렇게 경기 내내 많은 사인을 주고받는 운동경기는 드물 것이다. 이번 프로야구 코리안 시리즈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야구에서는 항상 사인 훔쳐보기가 문제가 되곤 한다.
이처럼 상대 팀의 사인을 미리 알면 언제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으니 상대 팀의 사인을 알아보려고 하고 또 '사인을 훔쳐보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야구경기에서의 사인처럼 각종 질병들도 우리에게 사인을 주는 경우가 있다. 우리 몸에 나타나는 증상의 대부분은 단순히 과로나 긴장 등으로 인한 생리적 현상이지만 어떤 증상은 반드시 질병이 있다는 신호이자 전문적 진료를 받으라는 사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계속 나타나 불편하거나 생활에 지장을 주면 모르겠지만 어쩌다 잠깐 나타나거나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비뇨기과 질환 중 흔한 질환의 하나인 요로결석도 통증이 있으면 바로 응급실을 찾겠지만 통증 없이 요관 폐쇄를 일으키면 수신증으로 진행돼 결국에는 신장기능을 완전히 잃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비뇨기과 영역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 증상은 '혈뇨', 즉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이다. 혈뇨는 남녀를 막론하고 어느 연령에나 올 수 있는데 연령과 성별, 동반증상에 따라 대체로 질병이 구분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방사선이나 CT 촬영, 요로내시경 등에 의해 비교적 쉽게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문제는 아무런 증상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한두 번 소변이 붉게 나왔다가 맑은 오줌으로 바뀌는 경우다. 통증과 같은 다른 증상이 있거나 혈뇨가 계속되면 모르지만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혈뇨가 다시 나오지 않으니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특히 나이가 중년 이상이라면 이런 경우를 결코 무심히 넘겨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40대 이후 무증상 혈뇨의 가장 흔한 원인은 요로계 종양, 특히 방광암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기 때문에 근래 한번이라도 혈뇨가 있었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방광암은 방광점막에서 발생하는 요로상피암으로 초기 발견 시 방광내시경을 이용한 전기절제술로 손쉽게 치유된다. 방광암 유발인자로는 흡연, 머리 염색약, 화학물질 등이 알려져 있지만 흡연이야말로 방광암의 가장 위험한 유발인자다.
방광암의 약 50%는 흡연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통 흡연 시 방광암의 발생위험률은 3배로 커진다고 한다. 하지만 조기발견되지 않고 더 진행된 경우에는 방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거나 전이된 경우에는 방사선요법이나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완치가 가능하긴 하지만 조기발견 후 내시경 치료를 하는 것에 비하면 완치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많은 노력과 시간, 육체적 고통을 겪어야 하니 조기발견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우리 몸의 심각한 질환 중 하나인 암의 가장 무서운 특징 중 하나가 신체의 주인인 우리가 모르게 조용히 발생해 자란다는 사실이다.
방광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방광암은 자라고 있다는 사인을 슬쩍 흘리는 경우가 있다. 혈뇨가 바로 그것이다. 방광암은 요로점막인 상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혈뇨가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혈뇨가 한번 나왔다가 계속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초기에는 한번 나타난 후 그 다음 며칠, 혹은 수개월간 아무런 징조를 보이지 않는다. 실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밀검사를 해보면 현미경으로 적혈구를 볼 수 있다.
이런 조그마한 잠깐의 사인을 놓치지 않는 것이 조기발견이고 암처럼 심각한 질환에서는 조기발견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프로야구에서처럼 의도적인 사인 훔쳐보기는 스포츠정신을 망각한 불법행동이지만 방광암의 초기증상인 혈뇨(사인)을 발견해 정밀검사를 하는 것(훔쳐보기)은 방광암 치료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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