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왕용은 히말라야가 암시하듯 거칠고 억센 사람이라기보다 부드럽고 인간미 넘치는 산악인이다. 1995년 그는 에베레스트(8,848m) 등정에 성공했다. 초오유(8,201m)에 이은 두 번째 거봉 등정이었다. 93년에 첫 도전에서 실패한 이후 두 번째 도전에서 이룬 세계 최고봉 등정이었기에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그러나 정상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얼른 안전지대로 내려야 하는데. 등에 짊어진 산소통의 산소가 바닥나기 전에 한 발짝이라도 더.’ 긴박한 상황에서 해발 8,750m대에 20여m 높이 암벽을 거의 다 내려설 즈음 무전이 왔다.
“뒤따라 내려오는 한국대원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데리고 내려올 수 있겠냐?” 박영석 대장의 간곡한 부탁과 함께 다른 한국 팀 대원들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베이스캠프에서 전해진 무전이었지만 ‘우리 팀도 아닌데’ 하는 생각에 곧장 캠프로 향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가면 분명 죽을 텐데.’ 그는 보름 이상 북동능선으로 등반하다가 노스콜 루트로 변경했고, 이후에도 첫 번째 정상 공격에서 실패하고 두 번째 공격에서 정상에 섰기에 체력이 바닥날 대로 바닥나 있었다. 인간으로서, 암벽은 도저히 다시 올라갈 수 없었다. 대신 해발 8,700m 고지에서 5시간 동안이나 기다렸다. 마침내 힘이 다한 한국 대원 하나가 히말라야 현지의 셰르파 도움을 받아 간신히 암벽 아래로 내려왔다. 한왕용은 그때부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한국 대원을 데리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가며 안전지대까지 이끌고 내려왔다.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는 온몸에 에너지란 에너지는 다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흡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8,700m대에서 있었던 이 일은 산악계에서 한왕용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