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거벽 등반은 많은 위험이 따르는 행위다. 작은 손짓 하나에도 목숨이 좌우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다. 하지만 운명처럼 산을 오르던 박정헌에게 그런 위험쯤은 대수롭지 않은 듯 보였다. 그는 신들린 듯 여러 개의 고산을 연이어 오르기 시작했다. K2 남남동릉 무산소 등정, 시샤팡마 남서벽 신루트 등정, 가셔브룸 2봉(8,035m) 남남동릉 등정과 패러글라이딩 하산까지, 그의 진보적인 등반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많은 이들의 극찬을 들었지만, 2005년 촐라체(6,440m) 북벽 등반은 박정헌의 인생에 일대 전환점이 된다.
등반에 성공했으나 하산 도중 부상을 당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것이다. 히말라야의 난공불락으로 불리는 이 거벽은 등반이 시작되는 해발 4,900m 지점에서 정상까지 고도차가 1,500m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예전에 프랑스팀이 등반에 성공했지만, 고정로프와 여러 개의 캠프를 설치하며 올랐다. 알파인 등반으로 벽을 돌파한 박정헌 팀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