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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하다 헉…‘심장 근육’ 키우면 큰일...

써미트 2009. 10. 21. 09:42

마라톤 하다 헉…‘심장 근육’ 키우면 큰일



최근 모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대표팀 입소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팬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정밀검사 결과 다행히 일시적인 뇌혈류 장애로 밝혀졌으나, 축구 팬들은 경기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그라운드에 쓰러져 숨진 비비안 푀 전 카메룬 국가대표 선수와 미클로스 페헤르 전 헝가리 국가대표 선수를 떠올렸을 것 같다. 지난 2003년과 2004년 각각 축구 경기 도중 세상을 떠난 두 선수의 사망원인은 심장 근육이 원인 모르게 크고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병증’이었다.

이 두 선수의 돌연사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하여금 출전 선수들에 대한 심장질환 테스트를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운동 중에 생기는 돌연사는 비단 운동선수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운동하기 좋은 가을을 맞아 다양한 마라톤 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1995년 일반인들의 대회 참가가 허용된 이후 마라톤 열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따른 사고도 늘어 해마다 마라톤대회와 달리기 훈련 도중 10명 내외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증상과 원인

마라톤 등으로 돌연사하는 경우 대부분 심장 이상이 그 원인으로 심장이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의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는 심근경색증, 맥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뛰는 부정맥 등이 대표적이다.

심장은 우리 몸에서 평생 동안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장기다. 일반인들은 근육질의 보디빌더를 떠올리며 근육이 두꺼워지는 것이 좋은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이는 심장에 있어서만큼은 예외이다.

심장은 1분에 60~80번씩의 펌프질을 통해 피를 온몸으로 보내는 역동적인 장기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 피가 펌프질 되어 나가는 출구가 좁아지게 된다. 그러면 심장은 좁아진 출구로 피를 펌프질해 내보내기 위해 더 세게 수축하게 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축할 때마다 근육은 더 두꺼워지고 출구는 더욱 좁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그 경우 심장의 판막 중 하나인 승모판막에 역류가 발생, 심장에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 치료

비후성 심근병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운동 중 호흡곤란. 이 경우 심장 전문의와 상의하여 베타차단제, 항부정맥제 등의 적절한 약을 복용해야 하며, 약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두꺼워진 심장 근육에 알코올을 주사하여 괴사시키거나 수술로 잘라내는 방법 등의 치료를 받게 된다.

알코올 주사 방법은 비교적 새로운 방법이긴 하나 아직까지는 수술로 잘라내는 방법이 시술 이후의 장기적인 경과나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정맥 등 합병증 발생 부분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미국 메이요 클리닉 근무 후 귀국한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 등이 시행하고 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주로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별다른 예방법이 없는 만큼 적절한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가 필수적이다. 특히 비후성 심근병증은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직계가족 중 돌연사한 사람이 있거나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있다면 미리 심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병의 유무를 진단받는 것이 좋다.

또한 운동 중이나 직후에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프거나 어지러운 현상, 맥이 너무 빨리 뛰거나 안 뛰는 느낌, 속이 울렁거리거나 숨이 지나치게 차는 현상 등이 있는 경우 심장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홍준화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마라톤 참가자는 레이스 전 정확한 몸 상태 체크와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하고 “특히 심장 질환을 앓고 있거나, 달리기 할 때 가슴 통증을 자주 느끼는 경우, 운동을 처음 시작하거나 고혈압·당뇨 등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마라톤 시작 전에 운동 기능 검사와 폐 기능 검사 등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도움말=홍준화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