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오늘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별세했습니다. 최 회장은 업적에 비해 생애에 대해 덜 알려진 대표적 인물인 듯합니다.
최 회장은 수원 부자 최학배의 차남으로 미국 유학을 결심했지만 형 종건 씨가 선경직물을 인수하자 형을 돕기 위해 유학을 미룹니다. 그리고 선경직물이 궤도에 오르자 유학길에 올라 위스콘신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 대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칩니다. 1962년 아버지가 별세하자 귀국해서 형을 도와 선경을 일으킵니다.
1973년 형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선경그룹의 경영을 맡아 석유 파동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성장을 이룹니다. 또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서 SK그룹의 성장 토대를 닦습니다. 많은 사람이 SK그룹이 최 회장의 사돈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특혜에 따라 이동통신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최 회장은 IT가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고 믿고 1986년 미주 본부에 텔레커뮤니케이션 팀을 발족시키고 89년에는 현지법인 유크로닉스를 설립해서 미국의 앞선 기술을 습득하게 했습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뛰어들어 1등을 했지만 특혜 시비가 일자 포기했다가 김영삼 정부 시절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것입니다.
그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김영삼 대통령을 두 번이나 찾아가서 비상조치를 호소했습니다. 산소통을 메고 찾아가서 건의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알았다”고만 했습니다. 그때 김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말을 경청했다면….
최 회장은 평소 “돈을 버는 데만 신경 쓰면 장사꾼에 불과하고 이를 제대로 써야지 진짜 기업인”이라고 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애국적 기업인으로 극찬한 그도 형과 마찬가지로 폐암의 위력을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건강을 위해 단전호흡을 했으며 기수련에 관한 책을 펴내고 사원들에게 보급할 정도였지만 폐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아마 가족력에다가 흡연이 원인이었을 겁니다. 최 회장 형제 뿐 만이 아닙니다. 금호그룹의 박성용, 박정구 회장과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수많은 재벌이 폐암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폐암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금연입니다. 어제 우리나라 암 연구의 최고 대가인 서울대 의대 방영주 교수와 점심을 했는데 “담배 끊은 지 4년이 됐는데도 가끔씩 담배 생각이 난다”고 말하더군요. 그만큼 금연이 어렵습니다. 옆 사진 보이시죠? 이런 끔찍한 흡연실에서도 담배를 피웁니다.
고백하겠습니다. 금연의 중요성에 대해 늘 강조하는 저도 2년 동안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술자리에서 한두 개비 피우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속이 상하는 일이 생기거나 극도로 피곤할 때 찾곤 합니다.
올해 들어서도 ‘완전금연’에 몇 번 실패했습니다. 그 원인을 알았습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자기 과신이 심한 사람은 금연에 실패하기 쉽다고 합니다. 자기합리화 때문이죠. 우리나라 호흡기학의 태두인 고 한용철 서울대명예교수도 “환자는 의사의 행동을 따라하지 말고 의사의 말을 따라해야 한다”고 말하며 담배를 즐기다가 결국 자신의 전공인 폐암으로 별세했습니다. 저도 그런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했습니다.
지금껏 제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것, 여러분께 권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단 한 개비도 입에 대지 않겠습니다. 나약한 저 자신을 직시하고 겸손한 자세로 금연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여러분의 건강을 챙겨드리겠습니다. 혹시 흡연하시는 분이 있으면 저와 함께 담배를 끊으시죠. 담배는 마약일 따름입니다. 기수련의 대가인 최종현 회장도 폐암을 이기지 못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