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초, 파키스탄을 찾은 김창호씨는 도착하자마자 변을 본 뒤 휴지 대신 물로 닦아내는 현지인들의 생활문화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현지 음식에 입맛을 길들였다. 현지인들이 연료로 사용하는 쇠똥으로 불 피우는 법과 빵 굽는 법도 배웠다. 첫 번째 계획한 빙하를 1주일간 답사하고는 짐을 더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여벌 옷을 빼버리고, 하루 식량을 두 끼 이내로 줄였다. 정상속도로는 카라코람 히말라야 탐사에만 5년 이상 걸리리라는 생각에 이삼 일 걷는 거리를 하루에 해냈다. 무릎까지 차 오른 눈이 덮인 고개를 넘고, 칠흑 같은 크레바스 속으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 장대를 들고 빙하를 건너기도 했다. 퇴석지대나 얼음빙하 위에 쳐놓은 텐트 안에서 홀로 매서운 바람과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긴장하며 밤을 지내기가 부지기수였고, 빙하에서 길을 잃고 수천 길 낭떠러지 위로 올라 절망감에 사로잡혔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탐사를 가능한 한 빨리 마쳐야겠다는 생각에 허가 없이 탐사하다 경찰이나 군인에게 붙잡힌 적이 10차례가 넘었다. 호송 도중 경찰이 잠든 틈에 도망쳐 나와 1주일간 양치기들에게 우유와 빵을 얻어먹으면서 지내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몸이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나선 보름간의 탐사직후 그의 몸무게는 출국 당시에 비해 20kg 이상 줄어 있었다. 무거운 배낭과 굶주림에 시달린 게 원인이었다. 해서 중간중간 마을에 내려올 때면 배가 터지도록 고기를 먹어댔지만 다시 빙하로 들어서면 며칠 뒤면 또다시 뱃가죽이 등짝에 달라붙곤 했다. 이렇게 7개월간에 걸쳐 치열하게 답사를 했는데도 아쉬움이 많았다. 큰 빙하와 큰 계곡은 거의 다 들어가 보았지만 눈이 깊어 넘지 못한 고개도 많고, 힌두쿠시 최고봉인 티리치미르 지역은 아예 접근도 못해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1년 또다시 탐사에 나섰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