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한 계란' 7개월만에 서울로 손수 배달한 시골농부
뉴시스 | 송창헌 | 입력 2010.01.15 11:31 | 누가 봤을까? 40대 여성, 전라
【곡성=뉴시스】송창헌 기자 = 시골의 한 젊은 농부가 인터넷으로 주문받은 계란 10줄을 경영난으로 제때 배달하지 못한 미안함에 7개월 만에 300㎞ 이상 떨어진 서울까지 손수 배달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 곡성에서 '우리농'이라는 농장을 운영하는 이성호씨(38).
곡성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해 학교급식용으로 공급하던 이씨는 탄탄한 판로 덕에 그럭저럭 수지타산은 맞추며 살았다. 그러던 중 돌연 공급업체가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서 사업이 크게 기울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다.
이씨의 어려운 사정을 모른 채 몇몇 소비자는 인터넷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주문했다. 검색 끝에 믿고 먹을만하다는 이유들에서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사는 A씨 부부도 그들 중 일부였다. 평소 친환경 농산물을 즐겨 먹던 A씨 부부는 이씨의 블로그에서 초란(初卵) 10줄을 주문한 뒤 계란값 3만3000원을 입금시켰다.
그러나 물건은 배송되지 않았고,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A씨는 아쉬운대로 블로그에 적힌 이씨의 이메일 주소로 전후 사정을 밝히고 연락처를 적어 보냈지만 이 역시 말짱 도루묵이었다. A씨 부부는 2008년 이후 관리되지 않던 블로그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자신들을 탓하며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은 한참이 흘렀다. 뒤늦게 주문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마음이 착잡했다. 힘겹게 고비를 넘겨온 이씨는 지난달 중순 무렵, '마음의 빚'을 갚고픈 생각에 서울로 향했다. 두 손에는 유정란 12줄이 들려있었다. 7개월만의 배달인 셈이다. '지각 배달'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2줄을 더했다.
"저 곡성 우리농 대표 이성호라고 합니다. 집 근처인데 뵙고 싶어 왔습니다"
뜻 밖의 전화에 깜짝 놀란 A씨는 먼 길을 찾아온 이씨를 집안으로 들여 국화차 한 잔을 대접하고 그간의 사정을 듣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초란이 없어선지 유정란을 품고 온 이씨의 정성이 따뜻함으로 느껴졌다.
이씨는 "정말 죄진 심정이었습니다. 한해가 가기 전에 꼭 전해 드리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라고 용서를 구했고 "괜찮아요. 이 먼 곳까지 이렇게 오신 것만도 감사할 따름"이라는 A씨의 훈훈한 인심에 비로소 '마음의 짐'도 덜었다.
A씨는 "3만 원 남짓한 적은 금액인데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다가 곡성에서 서울 북한산 기슭까지 직접 계란을 들고 와 정말 감동받았다"면서 "아직도 이런 분들이 우리 사회에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 흐뭇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의 사연은 A씨가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시골 농부가 준 잔잔한 감동'이라는 글을 통해 잔잔한 감동의 드라마로 외부에 알려졌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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