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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경호 |
고교생 클라이머 홍승기(洪勝基·18·한양공고 3년·버그하우스)군이 파키스탄 히말라야의 타후라툼 동봉(Tahurutum East·6,651m)에 도전한다. 타후라툼은 파키스탄 북부 히스파르패스상의 워크맨피크(5,885m)와 연결된 첫 번째 봉으로, 한국 산악인들에겐 아직 등반이 이뤄지지 않은 생소한 산이다. 홍승기군이 소속된 르네상스 타후라툼 원정대(대장 심권식)는 오는 6월 24일 출국, 41일간의 등반을 펼친다.
히말라야 거벽 최연소 등반을 노리는 홍승기군은 아버지 등에 업혀 등산을 배운 천생 클라이머다. 솔로 등반을 즐겨온 아버지 홍수만(47·푸르뫼)씨의 등에 업히고 손에 이끌려 산에 오르기 시작한 홍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한북정맥에 도전했는가 하면 중학교 때에는 서울시장기 등반경기대회에서 우승하고, 이충무공 등반대회와 전국체전 산악부문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을 만큼 스포츠클라이밍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7년 한양공고에 진학 후 스포츠클라이밍보다 알파인 등반에 몰두하면서 2학년 때인 지난해에는 산악부 선후배와 셋이서 56일간 백두대간 종주를 해내기도 했다. 그것에 만족하지 못한 홍군은 지난해 12월 31일 수피령을 출발해 파주 장명산까지 이어지는 200km 길이의 한북정맥을 13일 만에 단독종주했다. 그런가 하면,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29일간 속리산 천황봉에서 안산 칠장산을 거쳐 태안 안흥진까지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을 역시 단독으로 완주하기도 했다.
“대간 종주할 때 GPS를 가지고 다녔지만 길이 워낙 잘 나 있어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을 통해 1주일에 한 차례씩 식량지원을 받았고요. 게다가 셋이서 몰려 다녀서 그런지 감흥이 별로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북정맥부터 단독으로 한 거예요. 언젠가는 1대간 9정맥을 모두 완주하고 싶어요. 모두 단독으로요.”
홍군이 히말라야 고산에 대한 꿈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촐라체 북벽 등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박정헌씨의 등반기를 읽고부터였다. 그러다 산악부 1년 선배의 부친인 심권식(청죽산악회)씨와의 인연으로 알파인 등반을 배우기 시작, 타후라툼 원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산악부에 들어가고픈 마음에 한양공고에 진학한 홍승기군은 대학 진학 또한 산악부로 명성이 자자한 동국대가 목표다. 그리고 경험과 기량을 쌓은 다음 그가 원하는 진짜 히말라야 등반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으로 보니까 뾰족한 게 정말 멋진 봉이에요. 저희 원정대가 노리는 벽은 700m나 돼요. 여러 날 카라반해야 하는 히스파르 빙하 또한 무척 척박하고 거칠어 힘이 많이 든다고 하더군요. 욕심 부리지 않을 거예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기 위한 전초전이니까요.”
/ 한필석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