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정치인 속성' 리얼 고백...우상호 전 의원 파워블로거 등극

써미트 2009. 6. 3. 13:23

'정치인 속성' 리얼 고백...우상호 전 의원 파워블로거 등극

기사입력 2009-06-03 12:57 기사원문보기

[스포츠서울닷컴ㅣ장민 · 이명구기자] 매일 쏟아지는 정치뉴스를 접하지만 정작 정치의 속성을 아는 대중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이점을 갈파했을까. 우상호 전 의원은 마치 한때 유행했던 광고문구를 떠올리듯 '니들이 정치를 알아? 정치를 알려주마!'라는 각오로 블로그를 시작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17일 개설된 블로그 '우상호의 정치브리핑'(http://blog.ohmynews.com/woosangho/)은 불과 3개월도 안됐음에도 방문객 30만명을 거뜬이 돌파했다. 단 30개도 안되는 포스팅으로 이른바 '파워블로거'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성공비결은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정치인에게 돈주는 기술'을 비롯해 정치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포스팅 29개로 3개월도 안돼 방문객 30만명 돌파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우상호 전 의원의 블로그 방문객은 더욱 발길이 잦다. 지난 4월 10일 그는 '노무현의 고백과 정치인의 아내'라는 포스트를 올렸다. 자신의 정치권 경험과 전직 대통령 수사 문제를 접목한 내용이었다.

"정치인의 아내는 고단하다. 잘난 남편을 둔 덕택에 하루도 마음 편하게 살 수가 없다. 일은 남편이 벌이고 뒤처리는 아내가 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정치인일수록 부인들이 고생한다. 아들 노건호 씨가 어머니는 단 돈 1,000원이 없어서 눈물 흘렸던 분이라고 하지 않던가"라며 다분히 동정적인 시각을 반영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해하자는 쪽이었다. "사실 자신을 둘러싼 친인척, 측근, 동창, 후원자들이 1년 내내 세무조사, 검찰조사를 받으며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몇 십년 몸담은 정치의 종착역이 주변 사람들을 다 감옥에 보내는 것이란 말인가 회한이 들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곤욕을 치르게 하느니 본인이 직접 짐을 지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인데, 참 괴로울 것 같다."

솔직한 정치권 경험 고백...원외 '블로그정치' 안착

안타깝게도 '괴로움'을 헤아렸던 그의 우려는 불행한 사고로 현실화됐다. 현재 그의 마지막 포스팅은 29일자로 멈춰있다. '장례위원이지만 영결식장에 갈 수 없습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국회의원까지 해본 사람이 개인적인 감정에 휩싸여 공인의 역할을 포기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하셔도 오늘만큼은 어쩔 수가 없군요. 22년 전 이한열 열사 노제를 지냈던 그 곳 시청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우상호 전 의원의 '블로그정치'는 아직 초반이지만 성공적이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졸지에 '야인'이 됐지만 인터넷을 통한 넷심과의 대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국문과 출신의 우상호 전 의원은 대학시절부터 문재로 이름을 날리던 문학지망생이라고 한다.

전대협 의장을 거친후 '대학의 소리'라는 잡지를 직접 제작, 판매하기도 했다. 이 잡지는 평양축전 특집 기사를 문제 삼은 군사정부에서 강제 폐간되고 관련 인사들이 구속될 정도로 강한 논조를 가졌었다. 우 전 의원의 '저널리즘적 마인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게 아닌셈이다.

촌철살인의 '정치인 까발리기' 포스팅 살짝 엿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네티즌들의 블로깅을 즐겁게 하고 있다. 가로 안에 덧붙인 것은 개인적인 의견이다.

<우상호의 정치브리핑 베스트 7>

1. 정치권에서 제일 심한 욕? 정치권에서 '재산은 많은데 밥 한 번 안사는 사람'이라는 평판은 제일 심한 욕에 해당한다. (비단 정치권 뿐일까. 주변에도 이런 사람 꼭 있는데 누군가 그랬다. 부자들은 밥값을 낼 생각도 안할 뿐더러 낼 기회도 거의 없다. 왜냐? 부자의 덕을 볼까 하는 사람들이 늘 대신 밥값을 내기 때문이다.)

2. 국회의원과 술자리? 만약 식사를 같이 하고 술자리까지 같이 했다면 그 국회의원의 경계심이 상당히 누그러졌다고 판단해도 된다. 역으로 식사 한 번 하자고 아무리 부탁해도 식사 약속이 안 잡힌다면 '그 사람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라고 생각해도 좋다. (추가로 식사대신 차한잔으로 약속이 잡히면 어쨌든 만나서 대화는 나눠야 하는 상대로 결론난 것이라고 한다. 우상호 전 의원 분류대로라면 국회의원과 술한잔 먹어보신 양반들 무지하게 뿌듯할 것 같다.)

3. 정치인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 첫째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둘째 소풍 간 기분으로 가서 실력을 겨루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셋째 주변사람들이 대부분 골프를 치기 때문에. (더 적나라하게 덧붙이자면 이런 것도 있지 않을까. 믿을만한 스폰서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황제스포츠의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골프치는 사람은 적어도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등등.)

4. 돈 주는 기술? 정태수 회장과 관련된 일화들로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스치면 돈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음식점에서 양복 저고리를 벗어놓고 같이 밥을 먹었는데 집에 가서 옷을 벗어보니 안주머니에 수표가 들어 있었다는 기본. 식사 후 헤어지면서 가볍게 악수를 하고 등을 두드리는 사이에 본인 모르게 양복 바깥주머니에 돈봉투가 들어 있었다는 일화도 있다. (돈 주는 기술까지 거론해야 하는 상황은 결국 '먹은 놈하고는 못해본다'는 한국적인 정서 때문이 아닐지. 아무리 거절해도 결국 받게 만드는 것이 성공한 로비의 기본이라 했던가.)

5. 국회의원의 해외여행? 국회의원의 해외방문이 최고의 특전인 것은 사실이다. 국회의원에게 적용되는 의전기준은 장관급이다. 비행기 좌석은 1등석이고 호텔도 수준급으로 예약한다. 해당 국가에 도착하면 대사관 직원이 마중 나오고, 해당 국가의 대사가 초청 만찬을 베푼다. (이코노미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진짜 국회의원이 부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비지니스 클라스만해도 분에 넘치던데 말이다.)

6. 정치인은 사진을 좋아해? 인기 있는 유명 정치 지도자와 같이 찍는 사진은 선거용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사진 찍는 경쟁은 정치신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당 지도부나 대권후보처럼 유명 정치인이 나타나면 사진 기자들의 사진기 플래쉬가 터지기 시작하고, 셔터 누르는 소리가 '차르르륵' 난다. 이 때 유명 정치인의 옆에 잘 서 있어야 다음날 신문에 사진이 실릴 수 있다. (이 대목을 보면 정치인과 연예인은 닮은 꼴이다. 신문과 방송에 얼굴을 자주 보이지 않으면 잊혀지기 쉽다는 것이다.)

7. 정치인의 분신 수행기사의 유형? 첫째, 독서 및 운동형이다. 두 번째, 수면형이다. 셋째, 오락형이다. 넷째, 흔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간혹 향락형이 있다. 총각 수행비서 중에는 국회의원이 저녁모임을 하는 동안 애인을 여의도의 호텔로 불러서 그 짧은 시간에 사랑을 나누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유형이야 다 다르지만 어쨌든 기본 조건은 입이 무거운 스타일이 아닐까. 분신인만큼 음으로 양으로 아는 것도 많은테고. 누군가 그랬다. 수행기사, 회계책임자, 비서 등에게 배신당하면 자기관리에 실패한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