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마니아인 40대 J씨는 최근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X-ray 촬영 결과 무릎 연골이 닳은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그저 약간 시큰거리고 무릎을 굽혔다 폈을 때 삐걱하는 소리가 나는 정도였다고. 단순히 운동부족이라고 생각한 그는 등산이나 테니스 등 가리지 않고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릎 통증은 악화되어 운동은 고사하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조기 치료를 놓친 채 잘못된 운동방법을 선택하여 퇴행성관절염을 앞당겼다는 것이 담당의사의 소견이었다.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에게 운동은 전문치료 못지않은 훌륭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관절에 유리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J씨가 즐겨했던 등산은 무릎 관절에 큰 부담을 주는 운동 중의 하나. 이 외에 달리기와 에어로빅, 조기축구, 테니스 등도 관절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형석 한의학박사(장형석한의원 척추관절센터 원장)는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에게 좋은 운동은 널찍한 장소나 특정 도구가 필요한 거창한 스포츠가 아니다. 따로 시간을 내야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리는 것이 좋다.”면서 “일상적으로 생활하면서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관절운동에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무릎 관절염이 있는 환자는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장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서기 전 이렇게 미리 관절 운동을 몇 번 하고 나면 훨씬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관절운동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운동은 각 관절의 운동 범위를 최대한 늘려 주고 주변 근육을 강하게 만드는 ‘스트레칭’이라고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침에 누웠다 일어나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이부자리에서 누워 무릎을 편 상태로 허벅지 앞쪽 근육을 5초간 수축시키고 5초간 이완시키는 동작을 30회 정도 반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이밖에 가벼운 걷기와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호흡 순환 기능을 돕고 체중 조절을 도와 효과적이라는 것. 단, 운동 시에는 호흡수와 맥박이 평상시 보다 조금 빨라지는 정도가 좋으며, 숨을 헉헉 몰아쉬거나 힘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도를 지나치게 높여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운동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일까? 우리 몸을 건물에 비유하면 이해가 보다 쉽다. 퇴행성관절염을 비롯한 류마티스, 통풍, 연골연화증 등의 관절질환은 우리 몸이라는 건물을 유지하는 기둥이 부식되어 건물 전체가 불안정해진 상태로 볼 수 있다. 흔들리는 기둥을 버팀목으로 받치면 건물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고, 시간을 벌어 그 사이 위태로운 부분을 고칠 수도 있다는 것. 이때 버팀목은 관절 주변의 근육이며, 근육이 튼튼해서 손상된 관절을 버텨주면 관절 질환의 치유가 훨씬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즉, 운동을 통해 관절 주변의 근육을 단련시켜 효과적인 치료를 돕는다는 것이다.
또 운동은 관절 외부에서만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도 일으킨다고 한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고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연골이나 뼈에는 혈관이 분포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 대신 관절액이 연골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관절액은 우리가 관절을 굽혔다 폈다 할 때마다 마치 펌프질로 지하수가 끌어올려지듯 연골 깊숙이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운동은 바로 관절을 굽혔다 폈다 하는 펌프질과 같다는 설명이다.
장형석 한의학박사는 “운동은 손상된 관절을 받쳐주는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영양과 면역 세포를 지닌 관절액을 연골 구석구석까지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또 운동은 관절의 치유와 재생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므로 전문의의 지도하에 전문치료와 병행하면서 올바른 운동법을 익히고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강조한다.
스포츠서울닷컴 헬스메디 이수정 기자 webmaster@healthmed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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