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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1주까지 팔아 지킨 '신뢰의 동업'…
써미트
2010. 1. 22. 21:17
주식 1주까지 팔아 지킨 '신뢰의 동업'…삼천리 이만득·유상덕 회장 일가 지분 똑같게
한국경제 | 입력 2010.01.22 18:33
도시가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천리그룹이 주식 1주를 매각했던 사연이 화제다. 55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두터운 신뢰의 동업가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시장과 재계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식 1주까지 판 것은 삼천리를 창업했던 유 회장과 이 회장의 선친인 고(故) 유성연 · 이장균 명예회장의 동업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고인들은 창업하면서 세 가지 원칙을 정하고 문서로 남겼다. 첫째는 전 계열사 주식은 양가가 동일한 지분으로 소유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어떤 비율로 투자를 하든 이익은 똑같이 나눈다는 원칙이고,셋째는 한 쪽이 반대하는 사업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문서에는 "어느 한 가족이 불행한 일이 생기면 그 가족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서약도 함께 들어 있다고 한다.
이 문서는 지금 공동 회장인 2세들에게 금쪽 같은 유산으로 전해져 보관되고 있다. 이 동업 원칙은 선친들의 '삼천리연탄기업사'(현 삼천리의 전신)를 공동으로 설립한 1955년 이후 55년째 지켜지고 있다.
삼천리 관계자는 "중요한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에는 두 회장이 항상 모두 참석해 의견을 조율하며 한 쪽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 절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삼탄이 주식 1주까지 매각한 것도 회사로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하고 의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삼천리는 소비업체가 아니어서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증시에서는 '숨은 진주'로 꼽힌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한국 정부와 같은 'A2'로 평가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다.
경영 실적도 탄탄하다. 작년 3분기까지 매출은 1조5764억원,순이익은 713억원에 달한다. 삼탄 삼천리제약 삼천리이엔지 삼천리이에스 휴세스 등의 자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이 회장 측과 유 회장 측 모두 인터뷰 요청에 "언론에 인터뷰가 나가면 상대 가문에 불편함을 줄지 모른다"며 한사코 사양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