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시각장애 사시 합격 최영씨, 마침내 사법연수원에 간다...
써미트
2010. 1. 12. 21:45
시각장애 사시 합격 최영씨, 마침내 사법연수원에 간다
음성안내기·점자블록 등 설치 1년만에 ‘홀로서기’ 실행
경향신문 | 박홍두 기자 | 입력 2010.01.12 02:18 | 누가 봤을까? 20대 여성, 서울
"걸음마 연습은 끝내고 이제는 현실에 부딪쳐 보려고요."
1년 동안 사회를 향한 '걸음마 연습'을 끝낸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법시험 합격자 최영씨(30). 2008년 말 사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입소을 1년 미뤄뒀던 최씨가 오는 3월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예비 법조인으로서 당당히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이에 최씨는 연수원과의 협의 끝에 입소를 1년 미뤘다. 일단 " '홀로서기를 위한 연습'을 해보겠다"는 각오였다. 사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공부했지만 이제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최씨는 한 해 동안 고향인 경남 양산과 서울 신림동 자취방을 오가며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기 위한 준비를 했다. 최씨는 "컴퓨터도 배우고 여러가지 공부를 했는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라며 두려움과 동시에 희망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최씨는 일단 다음달 23일 연수원 기숙사로 이사한 뒤 오는 3월2일 정식 입소하게 된다.
장애인이나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최씨는 "일단 연수원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수원도 첫 시각장애인 연수원생을 맞기 위해 지난 1년간 모두 1억700여만원의 예산을 들이며 최씨의 도전을 함께했다.
우선 최씨를 위해 연수원 곳곳에 노란색 점자 블록을 깔고, 강의동까지 연결되는 최단 코스의 기숙사 방도 미리 예약해뒀다. 경기 일산 마두역에서 연수원까지의 점자 블록은 고양시청이 예산을 지원했다.
주요 출입구나 엘레베이터, 화장실 등에 음성안내 인식기도 달아 근처에서 리모컨을 누르면 본인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했다.
또 노트북과 함께 컴퓨터 파일로 된 교재도 지원했고 최씨만의 개인전용 학습실도 마련해뒀다. 다른 연수원생들과 달리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최씨가 '스크린리더(텍스트파일을 음성화해 낭독해주는 프로그램)'를 이용, 교재를 읽는 것이 아니라 들으면서 학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연수원 교수진은 직접 일본 사법연수소까지 가서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미 3명의 시각장애인 변호사를 배출한 선례가 있다. 연수원 관계자는 "해외사례도 참고하고, 최씨와도 수시로 면담하면서 한 해 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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