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적인 골퍼들이 줄줄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오픈 때는 일본 신성 이시카와 료와 유럽 기대주 로리 매킬로이가 참가했고 LPGA 투어인 하나은행ㆍ코오롱 챔피언십에는 로레나 오초아, 폴라 크리머, 크리스티 커가 방한했다. 예전에는 1년에 한 번 보기 힘든 골퍼들이다. 골프 변방에서 중심국으로 우뚝 선 한국 위상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톱 골퍼들 중 장타를 무기로 삼고 있는 선수들 비결을 요약했다.
★ 커트 반스…육중한 몸 불구 유연, 망치로 못박듯 후려쳐
=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출전한 커트 반스(호주)는 올해 한국을 방문한 스타 중 가장 멀리 날리는 선수일 것이다. 한마디로 '괴물'이다. 그의 장타에 존 댈리가 놀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반스는 한때 애칭이 '베이비 존 댈리'였을 정도로 체형이 댈리를 닮았다.
일단 그의 장타 비결은 키 181㎝, 몸무게 93㎏인 육중한 몸에서 나온다. 반스는 육중한 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유연성이 뛰어나다. 유연성이 받쳐 주기 때문에 큰 스윙으로 장타를 끌어내는 것이다.
반스는 또 누구보다 피니시가 크고 확실하다. 유연성이 받쳐 주기 때문에 가능한 동작이다.
또 그의 다운스윙을 보면 허리가 일찍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망치로 못을 박듯 볼을 후려 패는 것도 그가 장타를 끌어내는 이유 중 하나다.
대부분 장타자들처럼 반스도 스탠스를 넓게 잡는다. 워낙 스윙을 크게 하기 때문에 하체가 든든하게 받쳐 주지 않으면 장타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투어를 가든 경기 전에 꼭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고 한다. 역시 장타는 타고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스 또한 잘 알고 있다.
★ 로리 매킬로이…군더더기 없는 스윙, 용암 분출하는 임팩트
= 매킬로이는 키 175㎝에, 몸무게 72㎏으로 남자 골퍼치고는 그리 장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드라이버 샷 거리는 평균 302야드로 유럽 투어 5위에 올라 있다. 존 댈리나 커트 반스처럼 몸이 꼭 거구여야만 장타를 날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매킬로이 몸무게는 1년 전쯤 80㎏에서 8㎏이나 뺀 것이다. 피트니스 코치와 함께 골프 근육을 만들면서 필요 없는 지방을 없앴다는 것.
매킬로이 장타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스윙에서 나온다. 특히 피니시가 로레나 오초아처럼 본받을 게 많다. 국내에서는 장타자로 널리 알려진 배상문은 "저렇게 스윙 스피드를 빠르게 하면서도 완벽한 피니시 자세를 유지하는 것에 놀랐다"고 말한다.
매킬로이는 높이 떠서 왼쪽으로 휘는 '하이 드로' 구질을 통해서도 거리를 좀 더 보낸다.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데 유리한 페이드를 선호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매킬로이는 좀 더 거리가 나는 드로 구질을 사용하는 것이다.
매킬로이는 또 순간적인 임팩트가 좋다. 코킹을 마지막까지 끌고 내려 왔다가 용암이 분출하듯이 임팩트를 한다.
★ 이시카와 료…온몸을 던지는 스윙, 샷 정확도는 떨어져
= 이시카와 료는 전혀 운동선수 같지 않은 외모를 갖고 있다. 키 173㎝, 몸무게 68㎏인 연약한(?) 몸매에 곱상한 얼굴은 차라리 영화배우나 했으면 어울릴 듯하다. 하지만 그가 일본투어에서 평균 296야드로 장타 부문 6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놀랄 수밖에 없다. 한국오픈에도 출전해 300야드를 넘나 드는 장타를 마음껏 선보였다.
그는 단신이면서도 장타를 선호하는 다른 일본 선수들처럼 '의도적으로 만든' 스윙이다.
일단 거리를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넓은 스탠스를 취한다. 임팩트 순간을 최대한 길게 하고 체중 이동도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다. 임팩트 때는 왼쪽 무릎 리드가 눈에 띄고 몸 왼쪽을 지지대로 삼아 강력한 파워를 싣는다. 온몸을 던지는 스윙을 하는 것이다. 깔끔해 보이는 맥킬로이 스윙과는 정반대다.
하지만 이 스윙은 제대로 맞으면 엄청난 장타를 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 요소도 크다. 샷 정확도를 장담할 수 없는 스윙이다. 실제로 이시카와는 드라이버 정확도를 나타내는 페어웨이 적중률 부문에서는 47%로 95위에 머물러 있다. 주말골퍼들에게는 그렇게 추천하고 싶은 장타 스윙은 아니다. 하지만 이시카와는 피나는 근력 운동과 유연성 운동으로 장타를 끌어 내고 있다.
★ 로레나 오초아…임팩트 바로 전까지 코킹 그대로 유지
= 오초아 키는 168㎝로 아주 장신은 아니다. 육중한 장타자들과 달리 몸이 연약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그는 평균 264.9야드를 날려 LPGA 드라이버 샷 거리 부문에서 10위에 올라 있다.
그의 장타는 완벽한 임팩트에서 나온다. 왼다리가 견고하게 버텨주고 또한 장타를 위한 기본 요건인 비하인드 볼(임팩트 때 머리가 공이 놓인 곳보다 뒤쪽에 위치하는 것)을 철저히 지켜 주고 있다. 얼마나 임팩트 때 힘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은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서도 드러난다.
오초아는 또 임팩트 구간에서 클럽 회전 속도를 늘리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임팩트뿐 아니라 피니시가 좋은 점도 오초아 장타를 받쳐 준다. 마치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진 듯한 모습인 피니시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샷이 진행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코킹이 임팩트 직전까지 풀리지 않고 다운스윙되는, 이른바 '레이트 히팅'도 오초아가 장타를 치는 원동력이다. 여자 선수는 손목 힘이 약하기 때문에 코킹이 임팩트 전에 풀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초아는 임팩트 직전까지 상체 각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클럽을 몸 중심까지 끌고 내려 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오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