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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집게 주역 기상달력 만드는 공학교수...

써미트 2009. 8. 1. 21:08

쪽집게 주역 기상달력 만드는 공학교수

연합뉴스 | 입력 2009.08.01 10:00 | 수정 2009.08.01 11:12

 

(청주=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공학교수가 전통적인 동양 사상을 바탕으로 만든 기상예측 달력이 올해 높은 적중률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장동순(57) 교수는 2004년부터 동양의 절기 이론을 이용, 1년치 날씨를 예측한 달력을 펴내고 있다.

2003년 충남도청의 의뢰로 달력을 제작한 것이 계기가 돼 이후 서점과 인터넷을 통해 매해 2천부 가량 판매하고 있다.

장 교수는 "동양 사상에 따라 날씨를 예측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전통 사상을 무시해서 잘 안되고 있는 것이지 대학생들도 기본적 원리만 배운다면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장 교수는 `5운(運) 6기(氣) 이론'을 재해석해 황사, 장마, 태풍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기상 현상을 예측한다. 장 교수의 달력에는 기상정보 외에 식생활 정보와 작황 예측도 담겨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장 교수는 전산열 유체학 연구가 본업인 과학자다.

그러다 20년전 건강이 나빠져 민간요법 전문가를 찾았다가 동양의학에 매료되면서 운기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역을 바탕으로 한 한의학의 경전으로 불리는 `황제내경'(黃帝內經)에 나온 이 이론은 운과 기의 조합에 따라 계절을 나눈다.

"운기이론은 일관된 법칙이 있는 과학입니다. 일반화하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장 교수는 운기 이론에 온난화 등 인공적 요인을 결합,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상을 예측한다. 예측 정확도는 인공적 요인과 자연의 주기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올해 장 교수는 높은 적중률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달력에는 봄철 황사가 작년보다 약하고 7월 장마는 간헐적으로 퍼붓는 포화성 강수의 형태를 보일 것이라고 나와 있다.

실제 전국 평균 황사 일수는 2.5일로 평년보다 1일 적었고 장마도 국지성 폭우 형태로 불규칙하게 나타났다.

장 교수는 올 겨울은 얼음의 기운으로 인해 빨리 찾아오고 내년은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 예측 외에 예측 정확도를 평가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제자 2명이 내년 2월 발표를 목표로 최근 3년치 예측 정확도를 평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장 교수는 "기상 예측을 미신화하는 시선이 안타깝다"며 "서양과학의 한계를 동양사상과의 접목을 통해 보완해가는 작업이란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