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마라톤 달인' 심재덕 "희망 주기 위해 달린다"

써미트 2009. 7. 31. 14:37

'마라톤 달인' 심재덕 "희망 주기 위해 달린다"

 

 

 

마라톤 풀코스(42.195㎞)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서브스리(sub-3)’는 마스터스들에게는 꿈의 기록이다. 엘리트 선수가 아닌 일반 동호인에게는 풀코스 완주도 어려운데 3시간 안에 주파한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생 한번도 달성하기 힘든 서브스리를 밥 먹듯이 해대는 괴력의 소유자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100회를 돌파하고 이제는 120회를 바라보고 달려가는 심재덕(41) 씨다.
 
◇서브스리 100회 달성한 대한민국 1호 거제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 심재덕 씨는 지난해 8월 사천노을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2시간29분45초로 완주해 서브스리를 100회 달성한 ‘대한민국 1호’가 됐다. 이 정도면 마라톤 풀코스를 거의 조깅 수준으로 달리는 셈. 더욱 대단한 것은 기록도 빼어나다는 사실이다. 2시간20분대면 마라톤이 직업인 엘리트 선수에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사실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했지만 기록이 그렇 듯 그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오히려 몸 속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달려 마침내 가장 먼저 서브스리 100회를 넘어선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살기 위해 달렸다 그는 1993년부터 기관지 확장증을 치료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 폐활량이 일반인의 70%에 불과해 처음에는 뛰기만 하면 코피를 쏟고 가슴이 터질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빴다. 그러나 살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어느새 17년이 됐다. 신체적인 한계마저도 극복한 달리기는 절망적이었던 그의 인생을 희망으로 바꿔줬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것은 1995년 가을. 첫 대회부터 2시간39분5초를 기록하면서 서브스리를 달성해 주변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후 매년 20차례 이상 풀코스에 도전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한달새 4개 대회 풀코스에서 우승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5월 10일 대구금호강 마라톤 우승 뒤 다음날 보성녹차마라톤에서 우승했고. 24일과 25일에는 이천마라톤과 수안보온천마라톤을 연달아 석권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뛰고 싶다 마라톤 동호인들 사이에서 심재덕 씨처럼 오랫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는 거의 없다. 그는 매일 아침 운동장 조깅 7~8㎞. 주말 산악마라톤 4시간 또는 도로 80㎞를 소화하면서 풀코스 완주 능력을 유지한다. 그리고 “마라톤은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뛸 수 없는데 호흡기 계통은 안 좋지만 회복능력은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한 것 같다. 풀코스를 이틀 연달아 뛰어도 신체적 부작용은 전혀 없다”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최근에는 더 힘든 산악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2005년 일본에서 열린 100㎞ 울트라 마라톤에서 우승했고. 이듬해에는 미국에서 열린 MMT 100마일(160㎞) 산악마라톤대회에서 17시간40분45초의 대회신기록으로 우승.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세를 타고있다. 심재덕 씨는 요즘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가난한 마라톤 꿈나무를 후원하고 있다. 또 마라톤 전도사를 자처하며 어린이들에게 마라톤을 지도하기도 한다. 그는 “이제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뛰려고 한다.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계속 달리겠다”며 활짝 웃었다. 거제 | 유인근기자 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