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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주최 토론회서 PD수첩측 패널에 박수라니....

써미트 2009. 7. 3. 16:48

한나라 주최 토론회서 PD수첩측 패널에 박수라니

데일리안 | 입력 2009.07.03 16:32

 [데일리안 이충재 기자]





◇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PD수첩을 통해 드러난 PD저널리즘 폐해, 이대로방치할 것인가´ 토론회(주최: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에서 주최측이 제시한 PD수첩 편파보도 내용의 방영물을 참석자들이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의도는 이렇지 않았다. 3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PD저널리즘의 문제,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토론회는 MBC PD수첩을 겨냥한 것이었다. "PD수첩의 왜곡된 광우병 방송으로 막대한 사회비용이 지불됐다"며 그 폐해를 바로잡고, '성토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토론회 제목 앞에도 'PD수첩을 통해 드러난'이란 수식어를 붙여 성격을 명확히 했다. 발제자 역시 한나라당과 '코드'가 통하는 최창섭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선정했다. 하지만 토론에 들어가자 찬반 양론은 팽팽했다. 심지어 반대론자의 주장에 '심취한'청중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분위기는 PD수첩을 비판하는 쪽이 먼저 잡았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지난해 PD수첩의 잘못 기획된 방송이 온 국민을 속여 촛불을 일으키고, 우리가 얼마나 혼란에 빠졌는가. 경제가 얼마나 심대한 타격을 입었는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방송의 경우 독과점, 권력 등이 시정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가 추진하는 미디어법이 방송의 다양성을 만들어주고,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진수희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난 여름 시사프로그램에서 나간 그림과 자막 내용이 가져온 충격과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면서 "100일도 안된 신생정부에 잔인한 타격을 가했다"고 성토했다.

진 의원은 "오늘 토론은 'PD저널리즘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검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개최했다"면서 "사회 비판기능이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격="PD수첩 진실 왜곡한 치명적 약점 드러내"

최 교수는 발제에서 PD수첩의 왜곡보도와 편향성을 꼬집었다. 또 PD저널리즘에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PD저널리즘은 일부 소수의 밀폐ㆍ폐쇄된 작업 공간에서 호흡과 코드가 맞는 '도제'식의 협소하고 사적인 인간관계의 시스템에서 프로그램이 기획될 수 있다"면서 "의도된 연출과 한정된 취재원, 드라마틱한 화면구성과 연출기법으로 '뉴스'에서 '뉴스'로 전달되는 것이 아닌, '기획'에서 '드라마타이즈' 된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어 "PD저널리즘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견제와 균형이 살아야 한다. 상대를 견제하면서도 견제를 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방송사 내부에 이를 점검할 수 있는 게이트키핑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PD수첩을 위시한 MBC의 사람 자체가 정화되어야 한다"면서 "다수 시청자들의 정서를 외면한 편향풍에 의해 MBC가 전복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PD수첩 광우병 보도에는 "진실성의 왜곡이 있다"면서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 사실을 왜곡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 △정부 협상과정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대목이 무려 30군데에 달한다는 등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또 "PD수첩이 취재한 미국의 휴메인 소아이어티는 광우병과 전혀 관계 없는 동물학대를 막는 보호단체"라면서 "이들이 주저앉는 소에 대한 학대행위를 고발할 목적으로 잠입촬영한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PD저널리즘은 방송 메인뉴스보다 파급력이 크고, 심지어 방송의 정체성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면서 "이런 구조는 돼지꼬리가 돼지몸통을 흔드는 어처구니없는 비상식 상태에 빠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도 토론에서 "PD수첩은 저널리즘 본연의 측면에서 언론인의 전문성과 자질, 제도적 허점을 드러낸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면서 "MBC강령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만들 때 효과음을 넣으면 안된다'는 것이 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이어 "제작을 하는 PD들이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광우병 보도는 게이트키핑 기능은 없고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 진실을 압도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반격="지금 다시 만들어도 'PD수첩 광우병'과 크게 차이 없다"

반면 KBS 이강택 PD는 최 교수의 발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처음으로'KBS스페셜'을 통해 광우병 위험성에 경종을 울린 장본인.

그는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광우병과 전혀 관계없는 동물학대 반대단체'라는 주장에 대해 "이 단체가 하는 주요 사업이 동물학대 반대운동으로, 광우병 위험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한 운동이며 디렉터를 맡고 있는 마이클 그레거 박사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광우병 전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PD수첩이 방영한 다우너소 동영상이 최초 검사를 통과한 후 외상 등에 의해 주저앉는 소로, 광우병과 무관하다'는 발제 내용에 대해서도 "바로 그 검사가 극도로 부실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미국의 다우너소 도축 금지 조치는 동물학대 방지 차원이 아닌 광우병 위험 예방조치로 시행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PD수첩이) 의도적인 왜곡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비판하는 분에게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사람이 누구죠?'라고 되묻고 싶다"면서 "누가 왜곡을 하고 있고, 왜 그렇게 하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반대측을 겨냥했다.

그는 PD저널리즘에 대해서도 "취재 과정에서 연출은 사실상 전무하고 '드라마틱한' 화면도 없다. 취재원도 한정돼 있지 않다"면서 "작은 부분이라도 왜곡된 부분이 있으면, 소송 대상이 되는 세상에 그런 식으로 허술하게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이 오래도록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어젯밤 PD수첩 광우병 편을 다시 봤는데, 내가 이 시점에서 다시 만들어도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사무총장도 "최 교수가 PD저널리즘을 왜곡되게 묘사하고 있다"면서 "탐사프로그램뿐 아니라 뉴스프로그램도 구성, 편집, 연출이 있는데 이 자체를 부정한다면 프로그램 제작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수많은 영상 중 시청자에게 필요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편집이다.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기계적 편집과 구성'이 가능하느냐. 가능하다면, '신의 아들'이다"고 꼬집었다.

양 총장은 'PD수첩이 입맛에 맞는 아젠더를 생산한다'는 최 교수의 지적에 대해서도 "기획회의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 시청자들의 인식수준과 정서를 외면하고 '제 하고 싶은 대로 제작'이 가능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방송의 조직시스템 모두를 사적 인간관계로 매도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총장의 '열변'이 끝나자 청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좌석엔 토론회를 주최한 진수희 의원(서울 성동구)과 사회를 맡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경남 진주)의 지역구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주최측이 찬성쪽 패널을 잘못 선정한 것인지 청중들이 문제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토론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