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위험한 불도저 어디로 가고 있나

써미트 2009. 6. 7. 18:19

위험한 불도저 어디로 가고 있나
[김창룡의 미디어창] 이명박 정부, 퇴행하는 민주주의
2009년 06월 06일 (토) 19:00:41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 cykim2002@yahoo.co.kr)

대한민국이 요동치고 있다. 법원, 검찰, 언론, 정당, 학교, 길거리 등 곳곳에서 투쟁과 성토, 고발, 단식, 시국선언 등이 잇달아 ‘위기의 민주주의,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며 한 곳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이상 자칭 ’불도저’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 제왕적 대통령식 국정운영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생들도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이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집권 한나라당의 원희룡 쇄신특위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현상유지를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거부할 경우 쇄신특위 활동을 즉시 종료하겠다’며 사실상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간적 아픔’을 호소하며 물러난 임채진 검찰총장은 퇴임식에서 ‘이쪽저쪽서 많이 흔들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검찰총장을 흔들만한 ‘이쪽저쪽’은 어디인가.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 외에 감히 누가 검찰총장을 흔들 수 있는가. 사법부의 행정부 시녀화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

이미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에서도 드러났듯이 제왕적 대통령이 지배하는 행정부의 입법, 사법부 위의 군림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이 ‘신영철 대법관을 비판한 판사회의는 현명했다. 신대법관 경고조치 감내하기 어려울 것’ 등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대법원 안에서도 신대법관의 재판개입은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훼손한 반민주적 사건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그래도 신대법관이 버티고 있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이명박 대통령 ⓒ사진출처-청와대  
 
입법부는 어떤가. 지리멸렬하던 야당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청와대를 향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은 이대통령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단순히 야당의 정치공세로 넘긴다하더라도 여당의 움직임은 더욱 심각하다.

관리형 대표를 내세운 집권당은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의 들러리 역할로 전락했다. 보궐선거 등에서 참패하고 지지율에서 야당에 역전되자 더 이상 ‘관리형 대표’는 안된다며 조기전당대회 개최, 지도부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당내 일부에서는 조기전당대회와 지도부 개편은 문제해결의 본질이 아니라고 분열상을 드러내고 있다. 옳은 지적 아닌가.

문제의 근원은 한사람의 불도저식 국정운영의 철학과 여론무시의 행태에 기인하는데, 지도부를 변경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무엇인가. 친이계가 주장하듯 박근혜 전 대표를 대표로 옹립하려는 이유가 진정으로 현재의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내년에 실시될 지방선거 대비용인지 분명하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에 응할 리 만무하지만 대표로 선출한다하더라도 현재의 제왕적 일방통행식 국정운영행태에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당의 해법은 지도부 쇄신이라는 부차적 문제에 집착하는 한 돌파구를 찾기 힘들 것이다.

불교계, 천주교 등 종교단체에서도 한목소리로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참모들은 이런 사회 곳곳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여전히 폄하하며 안일한 사태인식을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어 제4부로 불리며 권력을 감시, 견제해야 할 언론조차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영향력과 신뢰도 1위를 자랑하던 공영방송 KBS는 이명박 대통령의 낙하산 사장이 들어온 뒤 그 짧은 시기에 권력의 ‘감시견’에서 ‘애완견’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작과 편법으로 비판은 삭제하고 홍보는 키우는 식으로 대통령의 이미지 강화에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KBS 카메라 기자들이 시민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취재현장에서 쫓겨 가거나 회사로고를 감추며 제작에 나서겠는가. KBS 내부의 기자, 피디들도 이런 불행한 현실에 대해 사장과 본부장 등에 대해 책임을 묻는 내홍이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이런 사회 전반현상에 대해 냉철한 해석과 건의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성공한다.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와 존경 없이 무슨 국정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가.

지금 대통령은 국민과 조직을 불도저식으로 바꾸려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절차의 정당성, 각 조직의 독립성 등을 존중하기 보다는 권력의 입맛에 맞게 개입,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을 곳곳에서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법치’를 내세우며 검찰청, 국세청 등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법원에 까지 제왕적 통치행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양상이다.

이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현재와 같이 끌고 가든 변화시키든 이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선택할 문제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대결양상을 원한다면 현재처럼 하면 된다. 그러나 국민적 지지를 원한다면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의 알파와 오메가는 일방통행식 홍보를 중단하고 소통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당내 비주류의 요구가 무엇인지 경청하여 이를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다. 종교계의 요구가 무엇인지 수렴하는 것이다. 시국선언의 내용이 무엇인지 받아들이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민을 향해 다시 사과하고 다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진정성 없는 형식적 사과는 이미 면역효과 때문에 효능이 없을 것이다. 어리석은 지도자는 경찰을 내세워 국민과의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다. 현명한 지도자는 국민의 아픔을 함께 한다.

   
 
 
김창룡 교수는 영국 런던 시티대학교(석사)와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박사)을 졸업했으며 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겸 국제인력지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1991년 걸프전쟁 등 전쟁 취재 경험이 있으며 '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